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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공부해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읽기 2강 이기적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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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e 강의 요약 필사입니다.

 

강사 : 전중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텍사스대학교 진화심리학 박사

주요 저서 <진화한 마음>, <오래된 연장통>, <본성이 답이다> 외 다수

 

 

Q. 일제 치하에서 우리나라의 해방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신 독립운동가들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명령을 거부한 예외적인 경우인가요?

 

말하자면 친일파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니 친일파를 욕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이 이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말을 하면 왠지 속에서 뭔가 불끈 치밀어 오르죠?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선택의 단위가 유전자라는 것을 뜻하는 비유적인 표현입니다

결코 유전자가 정말로 이기적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이기적인 유전자는 하나의 은유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왜 자연 선택의 단위가 '집단'도 아니고 '개체'도 아니고 '유전자'인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1976년에 <이기적 유전자>가 출간 되고 엄청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은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가 조종하는 꼭두각시일 뿐이다 라고 이해했습니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이기적인 동기를 가진다고 한 번도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단지 은유일 뿐입니다.

 

은유가 무엇일까요? 

"내 입술은 앵두요" 같은 말입니다.

 

입술이 정말로 앵두는 아니죠. 

내 입술이 앵두처럼 붉다는 뜻이죠.

 

그러니 여러분께서 어떤 은유가 마음에 안 드시면 그 은유를 건너뛰고 바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어떤 은유가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고 우리는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도 은유에 불과하다는 것을 충분히 주의 주고 있습니다

 

 

간결하고 생생한 표현을 위해 우리는 은유를 사용할 것이다.
(116쪽)

 

 

 

지금껏 유전자를 의식적인 행위자에 은유했던 작업을...
(190쪽)

 

 

동물 개체를 마치 자기 유전자를 보존한다는 '목적'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생존 기계에 은유하는 우리의 접근법을 활용하여...
(262쪽)

 

 

 

독자들은 도킨스의 주의 사항을 별로 귀담아듣지 않고서 책을 읽죠.

그렇다면 도킨스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은유를 통해서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요?

 

도킨스는 2006년에 쓴 30주년 기념판 서문에서 이 은유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요령을 알려줍니다. 

 

책의 제목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강조점을 정확하게 찍는 것이다. 

이 제목에서 강조를 해야 할 핵심 단어는 '이기적'이 아니라 '유전자'다 라고 도킨스는 말합니다. 

 

지난 시간에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처럼 보이는 복잡한 적응은 먼 과거 조상들의 번식에 도움이 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서 진화를 했다고 우리가 살펴보았죠. 

 

다윈의 고전적인 진화이론은 기본적으로 '개체 선택론'이었습니다. 

자연 선택의 단위는 즉, 자연 선택에 의해서 다음 세대에 복제본을 많이 남기게끔 정교하게 다듬어지는 실체는 집단이 아니라 개체라는 것이 다윈의 아이디어였습니다. 

 

그런데 20세기 전반에 진화생물학계에 이상한 흐름이 유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윈 할아버지의 위대한 가르침을 내팽개친 채로 종이나 생태계 같은 집단의 이득을 위해서 진화를 했다는 이론이 생물학자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죠. 

 

개체가 집단의 이득을 위해서 행동한다는 '집단 선택론'적인 설명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레밍이라는 설치류가 강물에 단체로 뛰어들어서 집단 자살을 한다고 한때 믿어졌습니다. 

 

사실 레밍들이 실제로 집단 자살을 하지는 않습니다. 

레밍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뒤에서 빗자루로 막 몰아내서 억지로 연출된 장면임이 나중에 밝혀집니다.

 

어쨋든 1950년대 생물학자들은 레밍이 단체로 자살을 하는 행동은 개체군이 너무 많아져서 모두 다 공멸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숭고한 희생이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개체가 종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이 한 몸 기꺼이 내던진다는 집단 선택론적인 설명은 20세기에 매우 흔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노화는 왜 진화를 했을까요? 

 

1950년대 생물학자인 알프레드 에머슨은 노화는 종족 보존을 위해서 진화한 형질이라고 주장을 했죠. 

사람이 나이가 들면 주름살이 피이고 기력이 떨어지잖아요? 바로 이것이 노화인데요. 

 

에머슨은 이러한 노화는 파릇파릇한 새로운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해서 인간종 전체가 항상 젊고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집단 선택론은 사실 틀렸습니다. 

 

20세기 후반 들어서 조지 윌리엄스나 윌리엄 해밀턴 같은 몇몇 진화생물학자들이 등장을 해서 

집단 선택론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윌리엄스는 1966년 <적응과 자연 선택>이라는 책을 내서 집단 선택론을 시쳇말로 영혼까지 탈탈 털었습니다. 

집단선택론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유전자 선택론이 맞다고 주장을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점차 부상을 하기 시작합니다. 

 

도킨스는 1989년에 새로 쓴 개정판 서문에서 이 시기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공중에 둥둥 떠다니던 신비스러운 시기였고 흥분과 열정에 휩싸여서 <이기적인 유전자> 책을 썼다고 회상을 했습니다. 

 

책에서 도킨스는 이렇게 정리를 합니다. 

 

 

 

 

 

결정적인 문제는 생명의 계층 구조에서 결국 어느 수준이 자연 선택이 작용하는 '이기적' 수준이 될 것인가 이다
이기적인 집단? 이기적인 개체? 그것들은 모두 틀렸다
다윈주의의 메시지를 '이기적인 무엇'으로 간결하게 표현하려 할 때 그 '무엇'은 유전자이다
(12쪽)

 

 

 

성공한 유전자는 복제본의 형태로 수천, 수만 세대에 걸쳐서 안정적으로 전해집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자연 선택이 작용을 할 발판이 되는 것이죠. 

 

반면에 모든 개체는 각자 나름대로 고유하고 독특하다는 것이죠. 

개체는 단 한 세대 동안 유지가 된 다음에 바로 사라집니다. 

 

소크라테스라는 개체를 이루었던 유전적인 조합은요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는 순간 함께 사라졌습니다.

소크라테스를 이루었던 독특한 유전적인 조합은 지구상에서 다시 나타난 적은 없습니다.

 

유전자만이 불멸하기 때문에 자연선택의 단위는 오직 유전자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엄마로 하여금 자식을 잘 돌보게 한 유전자가 '엄마가 자식을 돌보지 않게 한 유전자를 제치고 자연 선택이 되었다.' 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게 다입니다. 

 

도킨스는 엄마의 마음속에 내 자식을 위해서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순수한 이타적인 동기 따위는 들어있지 않다고 주장을 하는게 아니라는 것이죠. 

 

서두에 이야기한 항일 운동가 이야기는 이기적인 유전자의 명령에 거부한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냐는 물음은 이제 해결이 되었습니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특정한 행동을 하라고 조종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표현은 은유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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